‘아카데미 셀카’ 효과 톡톡히 본 삼성의 뒷얘기
By Suzanne Vranica
Ellen DeGeneres/Associated Press
ABC가 생중계하는 아카데미 시상식 도중 배우들과 셀카를 찍는 사회자 엘렌 드제너러스. 앞줄 왼쪽부터 자레드 레토, 제니퍼 로렌스, 메릴 스트립, 엘렌 드제너러스, 브래들리 쿠퍼, 피터 니용고 주니어, 둘째 줄 왼쪽부터 채닝 테이텀, 줄리아 로버츠, 케빈 스페이시, 브래드 피트, 루피타 니용고, 안젤리나 졸리.
삼성전자는 미국 현지시간으로 2일(일) 밤 생중계된 아카데미 시상식 중간 광고비로 약 2,000만 달러를 집행했다. 그런데 시상식 사회를 맡은 엘렌 드제너러스가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 삼성전자 기기를 노출한 간접광고로 인한 홍보 효과가 더 쏠쏠했는지도 모른다.
엘렌 드제너러스는 방송이 나가는 동안 흰색 삼성 갤럭시 노트3를 들고 있었다. 그녀는 배우 브래들리 쿠퍼에게 갤럭시 노트3를 넘겨줘, 브래드 피트, 메릴 스트립, 케빈 스페이시, 제니퍼 로렌스가 그녀의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든 셀카를 찍게 하기도 했다.
엘렌 드제너러스가 자발적으로 셀카를 찍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완전히 즉흥적인 것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를 맡은 ABC와 체결한 광고・후원 계약에 따르면, 미디어 회사인 스타컴 미디어베스터 그룹(SMG)과 삼성은 갤럭시 노트3를 간접 광고하기로 합의했다고 관계자 두 명이 전했다. ABC는 월트디즈니 계열사다.
삼성은 자사 스마트폰이 방송 중 노출된다는 약속을 ABC로부터 받았다는 것. 제품 간접광고(PPL) 최소 한 건은 미리 계획된 것이다. 본 시상식이 열리기 전에 사전 행사 성격으로 치러지는 ‘레드 카펫’ 이벤트에서 ABC는 디즈니 스튜디오를 둘러보는 젊은 영화 꿈나무들 6명의 모습을 담은 촬영분을 공개했다. 이들의 손에 들린 것은 삼성 제품이었다.
엘렌 드제너러스의 셀카가 탄생한 배경은 조금 달랐다. 엘렌 드제너러스는 방송이 나가기 전에 방송 중에 셀카를 찍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ABC는 정 그렇다면 후원사인 삼성 기기를 쓰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다는 것. 리허설 중에 삼성 관계자들은 엘렌 드제너러스에게 삼성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줬다고.
WPP 그룹 산하 브랜드 회사인 ‘랜더 어소시에이츠’의 앨런 애덤슨 이사는 “삼성 브랜드를 홍보하기에 훌륭한 전략이었다”고 평했다. 그는 “엘렌 드제너러스의 셀카는 삼성이 집행한 상업광고보다 훨씬 더 파급력이 있었다”며 “온라인 세계에서 급속도로 입소문이 나는 경험은 광고비를 아무리 많이 들인다고 해도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라고 부연했다.
프로그램에 상품을 노출시키는 이른바 PPL은 TV 초창기부터 존재한 관행이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PPL은 더욱 인기 있는 마케팅 테크닉으로 자리잡았다. 디지털 비디오 리코더로 광고를 건너 뛰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마케터들이 광고 시간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홍보 수단을 모색하게 됐기 때문이다.
대다수 시청자들이 생중계로 지켜보는 아카데미 시상식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광고 건너뛰기는 훨씬 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 광고 집행과 간접 광고를 통합하면 시청자들에게 홍보하고자 하는 제품을 훨씬 더 또렷하게 각인시킬 수 있다는 것이 광고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TV 방송국은 거액의 광고비를 집행하는 광고주에게만 PPL을 허락하는 편이다. 삼성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대 후원사 중 하나였다. 삼성은 아카데미 시상식 중간 광고 시간 중 5분을 사들였다.
삼성은 ABC와 체결한 광고 계약의 세부사항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광고시장조사업체인 캔터 미디어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광고 30초 당 집행 비용은 약 180만 달러라고 추산했다.
이 추산에 따르면 삼성이 올해 지출한 광고비는 약 1,800만 달러라는 계산이 나온다. 캔터 미디어에 따르면 삼성이 2009년부터 아카데미 시상식에 집행한 광고비 총액은 2,400만 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관계자는 PPL 비용도 삼성이 체결한 광고 계약에 포함된다고 전했다.
PPL의 효과를 증대시킨 또 하나의 요인은 엘렌 드제너러스가 셀카를 트위터에 올렸다는 점이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3일(월) 오후 기준으로 이 셀카는 리트윗 300만 회를 돌파했다. 엘렌 드제너러스는 이 트윗에서 삼성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셀카를 삼성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는 사실은 TV 화면에 분명하게 노출돼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콘텐츠를 모니터링하는 ‘콘테라’에 따르면 어느 시점에 삼성은 소셜미디어에서 1분에 약 900번 언급됐다.
삼성의 전략에 복병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엘런 드제너러스가 시상식이 열리던 밤에 삼성의 경쟁사인 애플이 만든 아이폰으로도 트윗을 올렸다는 사실이 네티즌들의 매의 눈에 걸려 트위터에 전파됐다.
삼성은 엘렌 드제너러스가 아이폰을 사용한 데 대해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시상식이 열리던 밤 광고 효과를 본 회사가 삼성 한 곳은 아니었다. 엘렌 드제너러스는 관객들을 위해 LA에 있는 ‘빅 마마스 앤 파파스 피자리아’에서 피자를 주문했다.
피자 상자에는 코카콜라 로고가 박혀있었다. 코카콜라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광고를 내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경쟁사인 펩시가 아카데미 시상식 광고주였다.)
코카콜라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담당 수석 부사장인 웬디 클락은 그날 밤 “빅 마마스 앤 파파스 피자리아에 내일 감사 서한을 보낼 것”이라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
Reuters
ABC가 생중계하는 아카데미 시상식 도중 배우들과 셀카를 찍는 사회자 엘렌 드제너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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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kr.wsj.com/posts/2014/03/04/%EC%95%84%EC%B9%B4%EB%8D%B0%EB%AF%B8-%EC%85%80%EC%B9%B4-%ED%9A%A8%EA%B3%BC-%ED%86%A1%ED%86%A1%ED%9E%88-%EB%B3%B8-%EC%82%BC%EC%84%B1%EC%9D%98-%EB%92%B7%EC%96%98%EA%B8%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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